사라진 타조
동네 이장님은 마을에 긴급한 일이 있을 때만 마이크를 켜셨습니다.
거의 10여 일 만에 다시 이장님이 마이크를 켜고 목소리를 다듬기 시작하였습니다.
“음. 아. 아, 음, 동네 사람들 이장 채문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성우 씨 댁 타조가 없어졌습니다.
타조를 본 마을 사람들은 꼭 회관에 알려주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타조를 발견하면 이성우 씨 댁에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상 이장 채문식이었습니다.”
타조가 없어졌다는 걸 알고 아빠가 이장님께 부탁하셨습니다.
이장님의 안내 소리를 식구들은 마당에서 멍하니 듣고 있었습니다.
‘타조가 없어진 걸 이제야 알았다니.’
오빠와 엄마는 외양간 안쪽에도 들어가 보았고,
오른쪽 옆집으로 이어진 구석도 살펴보았습니다.
뒤뜰 장독대 뒤쪽에도 어디에도 타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랫집 현주 엄마도 다녀가셨습니다.
역시나 현주네 집에도 없었습니다.
‘혹시 타조가 며칠 전 석류나무 높은 턱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낮은 담을 넘어서 우리 집을 탈출한 게 아닐까?’
나연이가 오빠를 불렀습니다.
오빠한테 며칠 전에 타조가 이곳에 왔던 것을 얘기했더니 담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더니 담을 휙 넘어 종필 오빠네 집에 갔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쪽으로 가는 길을 추적하면서 타조를 찾으려는 것 같았습니다.
오빠의 뒷모습이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빠와 종필 오빠가 꼭 타조를 찾았으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오빠를 바라보았습니다.
‘타조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타조 농장에 가기 위해 탈출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타조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할머니는 타조가 커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도 골목 밖을 지나 우리 집 옆에 있는 현주네 밭에 들어갔습니다.
그 밭 안쪽으로는 대나무가 넓게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주 엄마와 함께 그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대나무 사이사이가 시원하기에 타조가 뒷담을 넘어 그곳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곳은 알을 낳고 혼자 놀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타조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종필 오빠와 함께 오빠가 집에 도착했지만,
그 어디에도 타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 식구가 타조 생각뿐 이었습니다.
잠시 후 이장님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집에 왔습니다.
타조를 찾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만약 못 찾았다면 ‘다시 방송을 해 주시겠다’ 하셨습니다.
점점 어두워지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지만,
타조 걱정에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식구 모두는 타조 생각에 저녁상 앞에서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디 있을까?, 타조야, 타조야 어디에 있니?, 빨리 집으로 와!’
타조가 어디 멀리 떠났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너무 슬펐습니다.
꿈에서도 타조가 나왔습니다.
타조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타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건초 더미 근처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타조다! 타조야, 타조가 여기 있어.”
나연이는 오빠와 다연이를 향해 소리 질렀습니다.
“타조, 타조래!”
재빨리 가족 모두 엄마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타조는 산처럼 쌓아 놓고 모자처럼 윗부분을 비늘로 덮여놓은
건초더미의 윗부분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그 깊숙한 곳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엄마는 타조 걱정에 건초더미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타조는 시간 대부분을 건초 주변에서 보냈습니다.
또한, 타조 알도 건초 안에서 낳았습니다.
타조 발자국을 우연히 살펴보다가 혹시나 하고 건초더미 덮어둔 큰 비닐을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비닐이 벗겨지면서
깊숙한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알을 품고 있는 타조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발이 푹푹 들어가는 건초 위로 올라가
움직이지 않고 빼빼 여윈 타조를 안아서 꺼냈습니다.
타조는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서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빼빼 말라서 더 가늘어진 목과 힘이 없어서 축 늘어진 타조를 보자마자
가족 모두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엄마는 타조를 바닥에 눕혔고 할머니는 바가지에 물을 가져왔습니다.
엄마는 타조의 목을 조심스럽게 잡고 바가지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타조가 힘겹게 부리로 머리를 바가지에 넣었지만, 고개를 들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엄마가 타조 목을 조심스레 올렸습니다.
타조 주변으로 나연이, 다연이, 오빠, 할머니 그리고 로이가 있었습니다.
가족 모두 ‘힘내, 타조야 !’ 하고 간절히 조용하게 응원을 했습니다.
축 늘어진 타조가 가여웠습니다.
그때 아침 일찍 타조를 찾으러 나갔던 아빠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빠도 안타까운 눈으로 타조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빠가 건초 더미 안에 있는 타조 알을 꺼냈습니다.
냄새가 아주 고약했습니다.
아빠는 건초 안에 타조 알을 깨서 섞어버렸습니다.
결국, 타조 알은 건초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쯧쯧쯧, 여기서 몰래 알을 품고 있었네.”
할머니가 안타까움에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빠는 이장님께 찾았다고 말씀드린다면서 마을회관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회관 옆 작은 슈퍼에서 하얀 우유를 사 오셨습니다.
타조를 먹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작은 그릇에 우유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타조의 목을 잡은 상태에서 부리를 벌려 먹였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는 함께 우유를 타조에게 같은 방법으로 먹였습니다.
타조는 여전히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착한 강아지 로이는 타조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은 유치원에서 바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온통 타조 생각뿐이었습니다.
오빠와 집에 도착하자마자 타조부터 챙겼습니다.
타조를 발견한 지 사흘 만에 타조가 설 수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다리로 서 있는 게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한발 한발 걸으면서 다시 건초 더미 주위를 서성거렸습니다.
‘품고 있던 타조 알을 찾고 있는 걸까? 타조야 힘을 내서 다시 알을 품어보자 ’
멀리서 타조를 보면서 응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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