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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우리집 타조

7. 쥐불놀이 사건 - 우리집 타조

by oikoik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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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 사건

 

어느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친구인 현주와 미순이가 놀러왔습니다.

넷이서 마당 한쪽에 조금 조금씩 모아놓은 작은 돌들로 공기놀이를 했습니다.

한 살 많은 현주는 작은 손으로 항상 돌을 많이 땄습니다.

현주 주변으로 돌들이 그득하게 쌓였습니다. 그다음엔 미순이였습니다.

역시나 나연이와 다연이는 매번 지니깐 재미 없었습니다.

 

타조 보러 가보자고 나연이가 제안했습니다.

마당을 삥 돌아서 건초더미를 지나 뒤뜰로 가보니

타조가 석류나무가 있는 턱과 장독대가 있는 집 뒤쪽까지 이동해 있었습니다.

갑자기 타조가 석류나무가 심겨진 높은 턱에서 낮아 보이는 담벼락을 건너뛰어

반대편으로 도망갈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 턱에서 옆의 밭으로 가기엔 너무 쉬웠습니다.

승연오빠도 가끔 뒤쪽 언덕에 사는 종필 오빠 집에 가기 위해서 그렇게 담을 넘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연, 다연, 현주 그리고 미순이 넷이서 부엌 쪽으로 쪼르르 되돌아가서

뒤뜰로 나와 타조 반대편으로 가서 타조 몰이로 건초더미가 있는 옆 마당 쪽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넷이서 닭 쫓듯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놀란 타조가 빠른 걸음으로 장두 감나무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 모습에 넷이서는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한참을 웃었습니다.

착한 로이가 나타나서 타조를 진정시키듯 왔다 갔다 했습니다.

역시 착한 강아지 로이였습니다.

 

현주, 미순이, 나연이 그리고 다연이 넷은 사총사였습니다.

유치원에서 항상 같이 놀고 그림도 그리고 집 앞마당에서 공기놀이도 함께 했습니다.

 

쌍둥이처럼 승연 오빠에게도 사총사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찬영, 종필, 민석이는 오빠의 친한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엔 교회 갔다 와서 승연 오빠는 점심 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오빠 친구들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작년 일이 떠올랐습니다.

 

작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에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보름 전부터 사총사는 쥐불놀이한다고 아기 분유나 황도의 깡통을 구했습니다.

깡통 안에 모래를 채우고 못으로 구멍을 뚫었습니다.

구멍을 뚫는 데는 이틀 정도 걸렸습니다.

그런 다음 철사로 긴 줄을 만들었습니다.

구멍 뚫은 깡통 안에 나무 조각들을 넣고 돌리는 연습을 하면서

쥐불놀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정월 대보름날이었습니다.

오곡밥을 든든히 먹은 동네 아이들 모두 마을 앞 넓은 논두렁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마을 뒤쪽 언덕에 사는 종필 오빠는 오빠네 아빠가 못 나가게 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잔뜩 기대에 부푼 종필 오빠는 집에서 멀리 보이는

불꽃만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쥐불놀이를 혼자라도 하고 싶어서 마루 밑에 숨겨 놓은 깡통을 꺼냈습니다.

혼자 깡통 안에 종이를 구겨 넣고 불을 붙였고 빙빙 돌릴수록 불이 살아나기 시작 했습니다.

혼자서 신이 난 종필 오빠는 계속 깡통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살짝 부는 바람으로 인해

작은 나무 조각 불씨가 마당 앞 작은 밭쪽에 쌓아 놓은 볏짚에 떨어졌습니다.

순간 불이 확 번졌습니다.

순식간에 커진 불꽃에 놀란 종필 오빠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화들짝 놀란 가족들이 밖으로 나와서 수돗가에 호스를 연결하여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불이야, 불이야!!!”

쥐불놀이

큰 소리와 소동에 종필 오빠네 앞집 옆집 뒷집에 사는 동네 어른들이 모두 나왔습니다.

양동이든 세숫대야든 뭔가를 들고 불을 끄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불꽃이 너무 컸기 때문에 주변 동네 어른들이 올라왔었고 모두들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지지는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들의 노력으로 불을 완전히 끌 수 있었습니다.

크게 불이 번지지 않아 괜찮다고 한마디씩 했지만, 종필오빠 아빠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많은 동네 어른들은 안도감을 가지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불이 정리될 즈음 멀리 마을 앞쪽에서 쥐불놀이 하고 있던 찬영, 민석, 승연오빠는

종필오빠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불을 보고 뛰어왔습니다.

종필오빠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친구들을 보자 약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인지 종필오빠 아빠는 종필오빠를 많이 혼내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종필 오빠는 사총사에 한참 동안 끼지 못했습니다.

작년 그 큰 사건 이후로 사총사는 조심히 조용히 지냈습니다.

꽤 오랫동안 종필 오빠는 풀이 죽어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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