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니, 너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어느 날 나연이와 다연이는 부엌을 지나 뒤뜰로 나갔습니다.
거기 장독대 뒤로는 감나무와 석류나무가 있었고 그 앞에는 가지 나무와 토마토 나무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가지를 먹을래.”
“난 토마토 먹을래.”
각자가 원하는 채소를 나무에서 땄습니다.
옷에 쓱 닦고 톡 끊어 먹는 진한 보라색 어린 가지는 토마토만큼이나 맛있었습니다.
장독대 계단에 앉아서 아삭아삭 씹어 먹었습니다.
가지를 먹으면 입술이 보라색으로 물들기도 했습니다.
건초더미가 쌓여 있는 마당 뒤쪽으로 나가기 위해 작은 담벼락을 지나가야만 했습니다.
작은 담벼락 옆에는 할머니가 심은 포도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 기둥에 얽혀서 작은 동굴처럼 보이는 포도나무를 볼 때마다 무서웠습니다.
늦여름 포도송이가 동굴 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땐 포도조차 따기 싫었습니다.
담벼락에는 딱 붙여 꽂은 굵고 누런 대나무가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안테나 기둥을 대나무에 붙여 철사로 둘둘 말아 잘 고정해 세워 놓았습니다. 안방에 설치된 텔레비전의 화면이 흐릴 때 뒤뜰에서 안테나 운전사는 승연오빠였습니다.
그 복잡한 담벼락을 지나 건초더미 뒤쪽으로갔습니다. 집에서 제일 큰 장두감나무가 있었습니다. 매년 가을에 장두 감을 따서 장독대항아리 안에 넣어 두면 겨우내 맛있는 최고의간식이었습니다.
정말 기막힌 맛이었습니다.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달콤한 상상을 한 순간 이었습니다.
“아, 저건……다연아”
“그래, 저기에 있는 건 무엇이지?”
순간 나연이와 다연이는 머리카락이 바싹 곤두셨습니다.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닭과는 달리 두 다리가 굵고 긴 목을 가진, 난생처음 보는 새가 감나무 옆에 있었습니다.
닭이 그랬던 것처럼 큰 부리로 그 근처를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놀란 새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떤 새이고 어디서 왔을까?’
그 새와 우리는 한참을 떨어져 마주서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누구세요?’하듯이 서로를 쳐다보고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다행히 로이가 앞마당을 빙 둘러서 나연이 옆으로 달려와 주었습니다.
로이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닭장에서 나온 암탉과 수탉들도 큰 건초 더미 아래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 새는 닭들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얼마쯤 있다 우리를 뒤로하고 몸을 홱 돌렸습니다.
풍성한 새의 뒤꽁무니를 보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로이는 그 새의 뒤로 다가갔다가 금방 바로 되돌아왔습니다.
호기심 많은 나연이는 새로운 새를 뒤따라가 가고 싶었으나 무서워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긴 다리에 긴 목을 가진 새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었습니다.
유치원에 가면 스케치북에 새로운 새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상 위에는 할머니가 시원한 수박을 쟁반에 담아서 내놓았습니다.
동네 수박밭에서 가져온 작은 수박이었습니다.
상품 가치가 있는 큰 수박은 아니었지만, 수박밭을 크게 하는 상명이네 집에서
첫 수확이라면서 준 수박이었습니다.
평상에 앉아 나연이와 다연이는 수박을 먹으면서 수박씨를 멀리 뱉기도 하고
평상에 벌러덩 누워서 얼굴에 수박씨 붙이기 놀이도 했습니다.
로이도 다시 평상 아래로 돌아와 엎드려 있었습니다.
건초 더미 앞쪽으로 그 새가 나와서 외양간 앞쪽에서 혼자 서 있었습니다.
새의 다리가 유난히 길어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작은 소쿠리를 주면서 닭장에서 계란을 꺼내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닭장으로 들어가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계란을 꺼냈습니다.
흰 계란이 두 개나 있었고 어떤 계란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할머니에게 계란을 건네주면서 ‘저 새도 알을 낳을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래 집 사는 현주가 집에 놀러왔습니다.
집 마당 안으로 들어온 현주는 외양간 앞에 혼자 서 있는 새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건 어떤 새야?, 무섭게 생겼다.”
장난꾸러기 현주는 조심스럽게 새에게 다가가는 척했습니다.
무서웠는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평상 위에 놓여있는 다 먹은 수박 조각을 들었습니다.
다시금 새한테 한발 두발 다가서다 새를 향해 수박을 던졌습니다.
맞추지는 못했지만 새는 놀라서 뒤쪽으로 후다닥 자리를 피해 이동했습니다.
타조에게 장난을 멈추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호기심 많은 현주는 이대로 물러설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겁도 없이 새를 향해 달려 나갈 기세였습니다!
나연이와 다연이는 일어나서 현주를 막아섰습니다.
현주는 삐진 것 같았고, “진짜 이상하게 생겼다”라고 말하고 골목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이상한 새는 건초 더미 옆에서 목을 구부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만히 먹이를 찾아 먹고 있었습니다.
그 뒷모습이 외로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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