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의 선물
유치원 가지 않는 일요일 오전이었습니다.
늦잠 자고 일어난 나연이와 다연이는 승연오빠를 찾았으나 오빠는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말 아침에만 부지런한 승연오빠는 아침 일찍 친구들과 축구 하러 마을회관 공터에 나갔다고 했습니다.
주말에는 오빠가 닭장에서 계란을 꺼낸다고 약속했었고,
뒷밭 근처 고모네 집에 함께 놀러 가기로 했었는데 역시나 승연 오빠는 약속을 잊었고 또 사라졌습니다.
나연이와 다연이는 몹시 섭섭했습니다.
주말에만 집에 오는 고등학생인 진이 언니가 고모 집에 오는 날이라 함께 가기로 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나갔으니까요.
할머니한테라도 오빠보고 나가지 말라고 미리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깜박했었답니다.

속상함이 가득했던 그 순간, 아빠가 손 가득히 무언가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이것 봐! 타조 알이야. 타조가 건초더미 안에 알을 낳았단다.”
“와, 계란보다 엄청나게 커요.”
부엌에 일하고 있던 엄마도 아빠의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연이, 다연이와 엄마는 한참 동안 서서 타조 알을 바라보고 만져 보았습니다.
계란보다는 훨씬 컸습니다.
그리고 타조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타조가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을 준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가 나연이에게 타조 알을 건네주었는데 깨트릴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건넸습니다.
‘타조 알은 얼마나 크던 지요!’
6살 나연이가 들기에 무거웠습니다.
그 알은 껍데기가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빠는 타조 알로 큰 타조 후라이를 해 먹자고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골목을 지나 서둘러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얼굴에 땀이 범벅인 채로 승연 오빠가 마당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역시나 오빠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로이도 꼬리를 흔들면서 서 있었습니다.
승연 오빠가 엄마를 도와 타조 알을 들고 부엌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나연이와 다연이는 타조를 찾아보았습니다.
건초 더미 뒤 감나무 옆에 서 있는 뒷모습의 타조를 보았습니다.
타조를 보니 고마움 대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래도 타조에게는 타조 후라이에 대한 마음은 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늦은 아침을 평상에서 먹었습니다.

처음 보는 타조 알 후라이는 정말 컸습니다.
계란 맛도 나고 타조 맛도 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타조가 보이지 않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오빠는 “계란이 더 맛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도 “평생 처음 먹어 본 맛이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나연이와 다연이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집에 온 타조가 알을 낳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다음 타조 알을 언제 낳을까?’하고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에게 타조 알로 만든 ‘타조 후라이’먹은 것을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조는 3일이 지나 다시 알을 낳았습니다.
엄마는 ‘타조 알 말이’를 해주셨는데, 두툼하고 더 맛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타조가 낳은 알을 아랫집 현주에게 주기도 하고 다른 이웃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집에 놀러 온 현주는 타조에게 장난치지 않았습니다.
타조는 건초더미 주변에서 돌아가면서 그곳에 알을 낳았는데 참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닭처럼 타조 알을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습니다.
닭들도 타조와 섞여 무리 지어 있기도 했었고,집 앞이나 건초더미 뒤쪽이나 어디든 가까이 잘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로이도 타조 근처에서 왔다 갔다 놀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많아진 타조는 더 이상 외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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